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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Top 5 순위 안에 들 정도로 n회차 보기도 했고, 옛날 싸이월드 시절에는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영화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모른 채 그저 애니메이션이 예쁘고 마법 같은 스토리가 재밌게만 느껴져서 좋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번 관람하다 보니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영화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마음'으로 끝난다. 악마에게 마음을 빼앗긴 채 외모에만 신경 쓰는 하울, 자신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며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소피.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아닌 내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영화 속에서 반복해서 전달한다. 

 

1.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줄거리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주연 : 바이쇼 치에코 (소피 역), 기무라 타쿠야 (하울 역) 
제작사 : 스튜디오 지브리 
개봉일 : 2004.12.23
등급 : 전체 관람가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국가 : 일본
러닝타임 : 119분

아버지가 물려주신 모자 가게에서 묵묵히 일하던 18살 소녀 '소피.'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동생을 만나러 가던 어느 날, 치근덕대는 군인에게 둘러싸여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 때 하울이 나타나 '한참 찾았잖아'라고 아는 척을 하며 위기에 처한 소피를 구해준다. 소피는 하울과 하늘을 걸으면서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불청객이 찾아온다. 가게가 문 닫을 시간에 황야의 마법사가 찾아와 소피에게 마법을 걸고, 90세 할머니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하울에게 부탁해 보던가'라는 말을 남기곤 떠나버린다.

 

그렇게 마법을 풀기 위한 소피의 여정이 시작된다. 90세 노인의 몸으로 힘겹게 언덕을 오르다가 의도치 않게 자신처럼 마법에 걸린 순무 머리 허수아비도 구해준다. 소피는 허수아비의 도움을 받아가며 드디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찾는 데 성공한다. 지저분한 성 내부에 깜짝 놀란 소피는 청소부가 되겠다고 자청하며 불의 악마 카루시파, 마루쿠루, 하울과 생활하기 시작한다. 성은 하울과 거래한 카루시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였고, 문만 열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신비한 곳이었다. 

 

지저분한 성 내부와는 달리, 하울은 유난히 외모에 집착한다. 소피가 욕실 청소를 한 날 무언가를 잘못 건드려서 금발이었던 하울의 머리가 다른 색으로 바뀌었다. 하울은 절망하며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어둠의 정령을 불러와 온몸이 녹아내리게 할 만큼 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울은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내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고 미성숙한 인물이었다. 황야의 마녀가 자신을 찾을까 봐 두려움에 떨며 방 전체를 부적으로 덮었고, 원치 않는 전쟁에 참여 중이지만 자신의 의지를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울은 소피에게 설리먼 선생을 찾아가 자신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신 말해달라 부탁한다. 

 

결국 하울 대신 설리먼 선생을 직접 찾아간 소피. 그 곳에서 황야의 마녀를 다시 만난다. 황야의 마녀는 왕실에 갔다가 마법의 힘을 모두 빼앗기고는 치매 걸린 노인이 된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얼떨결에 왕실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황야의 마녀까지 함께하게 되어 하울의 성에 사는 식구가 늘어났다. 식구가 늘어난 만큼 하울의 성에는 얼마나 더 스펙터클한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소피가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아래 결말을 확인하길 바란다. 

 

2. 결말 

 

하울과 소피는 함께 지내면서 점차 내면이 단단해 진다. 하울은 전쟁과 마녀를 두려워하며 숨거나 도망치곤 했지만 이제는 지키고 싶은 한 사람을 위해 전쟁에 맞선다. 황야의 마녀는 카루시파가 하울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탐낸다. 황야의 마녀가 불길에 휩싸여 뜨거워하면서도 하울의 심장을 내주지 않자 소피는 카루시파에게 물을 끼얹는다. 카루시파와 하울이 맺은 계약으로 인해 카루시파의 불길이 곧 하울의 목숨인 셈이었다. 소피는 자신이 하울을 위험하게 했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는다. 그때, 하울이 소피에게 끼워주었던 반지가 불빛을 내면서 소피를 하울의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소피는 하울과 유성이었던 카루시파가 계약을 맺던 어린 시절을 본다. 소피는 하울에게 꼭 다시 돌아올테니 기다리라고 외치면서 현재로 되돌아온다. 소피는 황야의 마녀를 설득해 하울의 심장(=캐시퍼)을 돌려받고, 하울에게 심장을 돌려준다. 소피의 도움 덕에 하울은 정신을 차리고, 카루시파는 자유의 몸이 되면서 둘 사이의 계약이 종료된다. 하울을 힘들게 했던 전쟁도 끝이 나고 소피와 하울은 여전히 움직이는 성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걸로 막이 내린다. 

 

3. 해석

 

 

하울과 소피는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인연이다. 둘의 관계성은 영화 OST '인생은 회전목마' 제목에서도 암시되어 있다. 하울은 어린 시절에 소피를 이미 만났었기 때문에, 치근덕대는 군인에게 둘러싸인 소피를 발견하고는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해당 씬에서 하울의 대사 '한참 찾았잖아'도 이 내용을 알고 보면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하울의 대사 중, 카루시파가 아무에게나 문을 잘 열어주지 않고, 남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말하는 내용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카루시파가 하울의 심장을 갖고 있기에 소피를 거리낌 없이 맞이할 수 있었고 느낌상으로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소피가 간혹가다 젊어지는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게 어떤 이유에서 일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설리먼 선생에게 하울에 대한 진심을 당당하게 얘기할 때 젊어지는 장면이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소피가 당당한 태도일 때' 젊어지는가 싶었다. 근데 그러기엔 잠들었을 때도 18살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기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생각하기로는 '소피가 가장 소피다울 때' 제 나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잠들었을 때, 하울이 소개한 소피만의 공간을 보고 감동했을 때, 마지막으로 하울에게 솔직한 사랑의 감정을 터놓을 때 모두 소피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을 때였다. 

 

그렇다면 하울은 왜 외모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아마 카루시파에게 심장을 주는 계약을 맺으면서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외모만 신경쓰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하울이 심장을 되찾았을 때 소피는 '마음은 원래 무거운 거야'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면이란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닐까. (황야의 마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울의 심장을 탐낸 이유도 마음이 아름다운 만큼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카루시파와의 계약으로 마음을 잃었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마음을 되찾은 하울. 하울과의 사랑으로 내면이 단단해지면서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 소피. 사랑의 힘으로 내면이 단단해졌고, 마음이 강해진 두 주인공의 동화같은 스토리로 인해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한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는 최근 일본에서 개봉했다고 한다. 개봉 전까지 영화 제목과 포스터 외에는 어떠한 것도 공개하지 않아서 궁금증에 휩싸였는데, 영화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국내를 비롯한 다른 해외에서의 개봉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인만큼 국내에서도 꼭 개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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